장마가 시작되면서 비가 내린다. 어제 풀들이 무릎까지 자라있던 산책로에서 만난 공룡은 파랗고 손바닥 만한 자기 알 세 개를 내어주며 (어미일텐데 왜 자기 알을 내 주는 거지?) 소중히 잘 다뤄달라고 부탁을 하였다. 푸르스름한 알 세 개는 꼭 온라인 신선 식품 직송사이트에서 광고하던, 닭들이 제주도의 푸른 초원을 뛰어다니며 낳았다는 청란 을 닮아 있었다. 동그란 알 세 개는 황토색 토기로 빚어 만든 손바닥만한 접시에 60'의 각도로 꽃무늬 모양을 그리며 담으면 흔들리지 않고 꼭 맞는다. 냉장고 위에서 두번째 칸 중간 지점에 알을 넣어 두고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. 다른 가족들이나 집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이 알을 청란으로 오해해서 프라이라도 해 먹는다면 어떻게 하지? 회색빛 얼룩얼룩한 가죽으로 덮인, 자그마한 코뿔소의 뿔 같아 보이는 것을 얼굴 중앙에 두고 있는 어미 공룡의 모습과 그 당부가 생각나 불안하다. 그렇다고 이 알에 '이건 공룡의 알입니다, ' 라고 표시라도 해 보관한다면  희귀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냅다 이 알들을 가지고 도망가 버릴지도 모른다. 만약 그렇지 않다면 , 어쩌면, 자초지종을 내게 물어보고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든 뒤 '에리카씨는 참 특이하다는 말이야' 라고 한마디를 기어이 덧붙이고는 나의 알들을 평온히 놓아 둘지도 모른다. 오늘 아침까지 세 개의 푸르스름한 알들은 접시에 담겨 조용히 쉬고 있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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